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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hristen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해, 유중혁 / 위저드 베이커리 au

2020.08.02
두 번째 유중혁 생일 축하글
* 이 글은 구병모 작가님의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를 오마주하여 쓰여졌습니다.
* 전독시 완결까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Rechristen : 다시 명명하다, 다시 이름을 붙이다


   
    김독자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빵을 한입 크게 베어물어 씹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빵이 싫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싫다. 아, 빵 좀 그만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지만 김독자에게는 시간적, 공간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고, 그래서 결국은 언제나 이렇게 빵을 씹고 있는 것이다. 두어 입 더 깨물자 안에서 크림이 퐁 새어나왔다. 슈크림인가? 눈동자를 굴려 손에 든 것을 바라보다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노르스름한 크림은 아주 부드럽고, 고소하고, 또 달착지근했다. 빵을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느껴질 만큼.
    그렇다. 십 오륙 년 가량 좆같기 그지없는 인생을 견뎌왔고, 더 떨어질 데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최근의 김독자는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한 참이었다. 발단은 별것 아니었다. 언제나와 같은 흔한 괴롭힘이었을 뿐이었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날따라 유난히 강도가 높았다는 것일 터다. 송민우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근 1년간 본 모습 중 가장 화가 나 있었다. ‘야, 김독자. 너 수업 끝나고 남아라.’ 이를 바득 가는 놈의 얼굴이 머릿속에 사이렌을 울렸다. 저 개자식의 화풀이 상대는 당연하게도 김독자가 될 예정이었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김독자는 선생님의 종례 말씀을 한 귀로 흘려 들으며 가방을 미리 둘러멘 채 짧은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몰래 내빼면 내일 더 큰 후폭풍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저렇게 머리 끝까지 화가 뻗친 송민우 새끼와 얼굴을 마주하면, 그건 그것대로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집이래봤자 집같지도 않은 좆같은 집구석이지만 그래도 내 한 몸 안심하고 누일 수 있는 공간은 몹시도 소중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김독자는 그간 궁리해 온 방법대로 학교 뒷문을 통해 몸을 빼내 샛길로 들어섰다.
    샛길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평소에 하교하던 길이 아닐 뿐, 김독자는 집에 가방을 내려놓은 뒤 이 길을 몹시도 뻔질나게 드나들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골목에는 이상한 이름의 빵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빵집의 이름은 ‘위저드 베이커리’라고 했다. 처음에는 뭐가 생긴 줄도 몰랐다. 사실 생겼다고 해도 별로 관심 없었다. 이 골목에선 수많은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다가 사그라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속에서 눈에 띄어보려고 괴상한 이름을 붙인 것 같지만 어차피 그냥저냥한 가게들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다. 게다가 이름이 이상한 걸 보니 절대로 체인점은 아닐 터였다. 그럼 가격이 비쌀 확률이 높았고 더더욱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김독자가 그 가게로 들어가게 된 것은 정말이지 우연의 산물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흘긋 안쪽이 어떻게 생겼는지만 들여다봤을 뿐이었다. 고작 2, 3초도 안 되었을 시간이다. 하지만, 매우 공교롭게도, 김독자는 카운터에 서 있는 남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남자는 키가 컸고, 조금은 특이하게도 목끝부터 발끝까지 까만 파티쉐복을 입고 있었다.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과 손등은 푸르스름하게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전반적으로 운동으로 다져진 것처럼 날렵하면서도 다부진 체격이라는 느낌이었고, 그런 모습이 어쩐지 파티쉐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장 파티쉐답지 않은 건 남자의 얼굴이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김독자는 할 말을 잃고 저도 모르게 입을 조금 벌렸다. 시선이 마주친 찰나의 순간이 영겁 같았다. 말도 안 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세상에 저보다 잘생긴 사람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발걸음이 멈춘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기민하게 몸을 움직여 카운터에 손을 짚고 훌쩍 뛰어넘더니-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지만 남자의 몸놀림은 너무나 유려해서 위화감이 없었다-곧장 가게의 문을 열고 김독자의 앞에 섰다.

    “…….”
    “…….”

    남자가 가게의 빛을 등진 채 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김독자는 조금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가슴 앞으로 두 손을 모아 꼭 그러쥐었다. 가까이에서 본 남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더 컸다. 허리를 슬쩍 숙이며 제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동작의 위압감이 엄청났다. 그리고 그 위압감을 배로 늘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두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남자의 얼굴에는 왼쪽 눈을 세로로 길게 긋고 지나간 듯한 흉터가 있었다. 절대로 평범한 상처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하면 얼굴에 저런 상처를 입게 되는 걸까? 오랜 시간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김독자조차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반사적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긴장한 탓이었다. 냉막한 인상의 남자는 위아래로 들썩이는 김독자의 목울대를 보고 문득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김독자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딸랑, 남자가 닫고 들어간 베이커리의 문에 달린 방울이 맑은 소리를 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독자가 얼른 자리를 피하려 걸음을 떼었으나 남자가 더 빨랐다. 다시 밖으로 나온 남자는 김독자의 손에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힌 흰 봉투를 들려주었다.

    “부족하면 다시 찾아와라.”

    낮게 긁히는 목소리는 파티쉐가 아니라 마치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검사의 그것 같았다. 김독자는 별다른 말 없이 다시금 베이커리 안으로 사라져버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얼떨떨한 심정으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빵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순간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건 뭐지? 나 주는 건가? 그냥 준다고? 왜? 생각보다 사람들은 호의를 베푸는 데 인색하다. 이유가 있을 텐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내가 빵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나? 아니면…… 내가 불쌍해 보였나?
    거기까지 생각하자 목구멍이 왈칵, 뜨거워졌다. 좆같네. 누굴 거지로 아나? 참을 수가 없었다. 뒷목에 열이 오르고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김독자는 베이커리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다른 손님이라곤 없는 가게 안에서 남자가 서 있는 카운터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 돈 있어요.”

    주머니에서 잡히는 대로 지폐와 동전을 꺼내 카운터 위에 쾅하고 내려놓았다. 동전 두어 개가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독자는 씩씩거리며 남자를 올려다봤고, 남자는 여전히 의미 모를 표정으로 지폐와 동전, 그리고 김독자의 얼굴을 순차로 바라보았다.

    “그래.”

    남자가 돈을 거두어갔다. 카운터의 금고를 열고 지폐와 동전을 정리해 집어넣더니 천 원짜리 두 장과 오백 원짜리 하나, 그리고 백 원짜리 두 개를 김독자 쪽으로 되밀었다.

    “거스름돈.”
    “……뭐 하는 거예요?”
    “돈을 내겠다길래 받았을 뿐이다.”

    김독자는 할 말을 잃고 거스름돈 뭉치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손을 뻗어 움켜쥐고 교복 바지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뭐 하는 짓일까.
    그 길로 곧장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베이커리의 봉투를 통째로 처넣어버릴까 잠시 생각도 했지만 막상 돈을 내고 왔더니 그럴 수가 없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멀쩡한 돈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짓 아닌가. 결국 김독자는 집으로 돌아와 봉투 안의 내용물을 책상 위에 와르르 쏟아냈다. 저녁 시간을 넘긴 탓에 배가 고팠다. 빵은 싫다. 질리도록 먹었으니까. 하지만 살려면 먹어야 했다. 김독자는 늘어진 빵들 중 손에 잡히는 것을 들어 껍질을 벗겨 입에 우겨넣었다. 빌어먹게도,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빵은 몹시 맛있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 분했다.



    생각에 잠겨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베이커리 근처였다. 김독자는 슬쩍 고개를 들어 베이커리 안을 곁눈질로 훑었다. 카운터에 서 있던 밝은 금발 머리의 여자가 김독자를 발견하곤 반색하며 눈을 빛냈다.

    “김독자! 웬일로 일찍 왔네?”

    일찍은 무슨. 애초에 가게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다. 그냥 이 길로 냅다 내빼서 송민우를 피해 집으로 쏙 들어가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문을 열고 나와 김독자의 손을 꼭 쥐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김독자는 머쓱한 얼굴로 슬그머니 손을 빼내려다가 그만두었다.
    외국에서 온 건지 우리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금발머리 알바생은 유독 김독자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마치 잃어버린 동생을 대하기라도 하듯이 살가운 태도였고, 김독자는 그게 낯설면서도 또 익숙한 자신이 이상했다.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며, 오늘 갓 구운 빵 목록을 읊으려는 우리엘을 향해 김독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우리엘. 저 오늘은 집으로 바로 갈 거예요.”
    “응? 왜?”
    “그런 일이 좀 있어요.”

    그리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가게 안쪽을 살핀 모양이었다. 김독자의 시선을 재빠르게 눈치챈 우리엘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 점장님은 없어. 오전에 빵만 구워두고 들어갔거든.”
    “아…….”

    무의식 중에 유중혁이라는 간지나는 이름을 가진 점장을 찾은 걸 들킨 듯해 뺨이 달아올랐다.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내리깔고 그럼 정말로 가볼게요, 인사를 하려던 찰나였다.

    “김독자 너 이 새끼…….”

    등줄기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송민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씨발…… 여길 어떻게 알았지? 설마 뒷문으로 나온 걸 들킨 건가? 김독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 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대안을 생각해내기도 전에 뒷덜미가 붙잡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윽…….”
    “이 개자식이, 니가 한 짓이지?”

    송민우가 시뻘건 눈으로 김독자를 몰아붙였다. 내가 한 짓이냐고? 뭘? 되묻기도 전에 송민우와 자신 사이를 우리엘이 가로막고 섰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만 안 해?”
    “뭐야, 이건 또?”
    “이거? 이거라고? 뒈■고 싶냐 개■■야?”

    우리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험악한 말에 김독자는 지금 상황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올려다봤다. 아니…… 외국인 아니었나? 왜 저렇게 욕을 잘 해?

    “독자 놔두고 당장 돌아가.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야.”
    “하! 경찰? 경차아알? 뭘로 신고할 건데? 내가 이 새끼를 패길 했어 뭘 했어?”
    “영업방해죄로 신고할 거다, 새■야!”

    잠시간 실랑이가 이어졌다. 김독자는 그 틈을 타 얼른 몸을 일으켜 교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아스팔트 바닥에 쓸린 탓에 팔꿈치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우리엘마저 거칠게 밀어내고 무작정 달려들려던 것 같던 송민우는 소란스러운 탓에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자 그제야 움찔하며 머뭇거렸다.

    “이 씨발 새끼……. 너 아무튼 내일 학교 나오기만 해봐. 내일이 니 제삿날이다.”

    바닥에 침을 탁 뱉은 놈이 뒤돌아서 사라졌다. 김독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새끼, 더럽게. 쓸려서 까졌는지 팔꿈치가 쓰라렸다. 손을 대보려다가 손바닥에도 먼지가 가득 묻은 것을 깨닫고는 그만뒀다. 송민우가 사라질 때까지 노려보던 우리엘이 몸을 돌려 김독자를 살폈다.

    “독자야. 괜찮아?”
    “……네. 괜찮아요.”
    “저 ■발■은 대체 뭐야? 아는 사이야?”
    “네.”
    “…….”

    무언가 더 묻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거리던 우리엘이 고개를 푹 숙였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했다. 창피한 꼴을 보여 민망해하던 김독자는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날 궁리를 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저기, 우리엘. 저는 괜찮아요. 자주 있던 일이고…….”
    “……독자야.”
    “네?”
    “저 새■가 너희 집 알아?”
    “……아마도요.”

    우리엘의 맑은 녹색 눈동자가 김독자를 향했다. 눈가에 고인 눈물을 빠르게 훔쳐내고 결연한 표정을 한 그가 김독자를 가게 안으로 이끌었다.

    “독자야. 당분간 여기 있어.”
    “……네?”
    “며칠 정도는 여기 숨어 있는 게 안전할 것 같아. 너만 괜찮으면.”
    “여기요? 가게 안에요?”

    김독자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가게 안을 휘 둘러보았다. 결단코 넓다고는 말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사람이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할 마땅한 공간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우리엘이 손짓하는 대로 카운터 뒤를 돌아 제빵실로 들어간 김독자는 제 가슴께까지 오는 커다란 오븐을 마주했다.

    “잠시만.”

    우리엘이 오븐의 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열었다. 심연처럼 아가리를 벌린 오븐 안쪽을 들여다보자 어쩐지 등골이 오싹했다.

    “안으로 쭉 들어가. 참, 점장님이 있을 테니까 너무 소란스럽게 굴면 안 돼.”

    유중혁이? 오븐 안으로 허리를 숙여 들어서다 말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돌아보자 우리엘이 장난스레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학교 며칠 정도는 빠져도 괜찮지? 걱정 말고 푹 쉬어.”

    그리고 등 뒤로 커다란 문이 닫혔다.



    김독자는 소파에 얌전히 앉아 유중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손이 날렵하게 움직이고, 그와 함께 어깨와 등 부근에 옷주름이 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소리가 경쾌하게 실내를 울리고, 예열 중인 오븐에서 째깍거리는 소리가 났다.
    볕이 잘 드는 날이었다. 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안정된 공간. 등 뒤의 창을 통해 따뜻한 햇살이 뒷목에 내려앉았다. 하암, 김독자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몹시도 여유로웠다. 도대체 몇 년 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낯선 평화였다.
    제빵실의 커다란 오븐을 통해 들어온 공간은 아늑한 가정집이었다. 김독자는 도대체 오븐 안에 어떻게 이런 장소가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계도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런 거주공간이 나올 여분의 땅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경악한 얼굴로 안을 둘러보는데 안쪽의 문이 열리며 유중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
    “…….”

    눈이 마주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김독자는 그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그보다 호기심이 먼저 치고 나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멍청한 질문이었지만 유중혁은 용케도 알아들은 듯했다. 하지만 의문을 해소해 줄 생각은 없는지 그는 대답 대신 턱짓으로 집안을 가리켰다.

    “욕실은 이쪽이다. 잠은 저쪽 방에서 자라. 저긴 창고인데 굳이 들어갈 필요 없다.”

    눈에 들어오는 문 세 개가 각각 어디로 통하는지 알게 된 김독자는 곧바로 떠오른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저쪽 방에서 자면 점장님은 어디서 자요?”
    “나는 잠을 안 잔다.”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지만 유중혁은 창고로 휑하니 들어가버렸다. 역시 붙임성 없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도 매한가지이니 별달리 불만은 없었다. 유중혁이 한 말의 진위 여부를 포함해서 김독자의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그날의 영업을 마치고 우리엘이 오븐 안으로 들어온 뒤였다.

    “점장님은 마법사야.”
    “…….”
    “어, 얘 표정 좀 봐. 너 내 말 안 믿는 거지?”
    “……그럼 믿게 생겼어요?”
    “안 믿으면 어떻게 할 건데?”

    우리엘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턱을 들어올렸다. 확실히 그렇기는 했다. 도저히 구조가 설명되지 않는 이 장소를 눈으로 보고 안에 들어와 있기까지 한 이상 어쩌겠는가. 우리엘의 말에 의하면 유중혁은 진짜 마법사이고, 잠도 한 달에 한 번만 잔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빵을 만들고 있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 말을 듣자 비로소 이해가 가는 것도 있었다.

    “그럼 여기 홈페이지에 써 있던 상품 설명도…… 다 진짜예요?”
    “응. 설마 가짜인 줄 알았어?”
    “상술인 줄 알았죠.”

    김독자는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조금 숙였다. 동네 빵집답지 않게 홈페이지까지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들을 온라인으로 소개하고 심지어 주문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은 평범한 빵이었지만, 김독자는 거기에 스페셜 메뉴 탭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이름들이 희한하길래 궁금해서 눌러봤더니 이미지는 평범했다. 하지만 그 아래의 상품 설명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중요한 날 마인드 컨트롤을 도와준다고? 선물한 상대와 백 퍼센트 화해할 수 있는 스콘? 실연의 상처를 잊도록 도와주는 마들렌?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헛소리들이었다. 김독자가 비록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었다. 이런 마법같은 물건들이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기묘한 상술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나이였다.
    하지만 오븐 안의 공간에서 며칠 머무른 결과, 김독자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유중혁은 정말로 마법사였다. 그리고, 그가 만드는 빵들은 정말로 그러한 효능이 있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자 반죽을 잘게 떼어내던 유중혁이 흘끔 고개를 돌려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소파에 반쯤 눕다시피 앉아 있던 김독자는 그의 시선을 받고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잘 거면 들어가서 자라.”
    “……안 자요.”
    “아무래도 좋으니 오늘 소파는 비워둬라. 내가 쓸 거니까.”

    김독자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다시 반죽을 만지는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며칠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유중혁은 정말로 잠을 자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소파는 무슨 일로 쓴다는 것일까. 잘 생각인가? 그럼 침실을 쓰는 게 낫지 않아?
    의문은 그날 밤에 해결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고 안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뒤적이던 김독자는 문득 밖에서 희미한 신음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빼꼼히 열린 문 너머에서 치미는 한기에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불길한 기운이 땅을 타고 흘러 발목을 잡아채는 것 같았다. 김독자는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여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바로 보이는 자리에 소파가 있었다. 소파 등받이가 이쪽을 향하고 있는 탓에 거기에 유중혁이 누워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하고 위험한 것이 있었다.
    그것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그것은 형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끈적거리는 어둠 같았다. 질퍽거리며 늪지에서 몸을 일으켜 소파 위를 덮치는 해일 같았다. 김독자는 본능적인 공포감에 저도 모르게 조금 뒷걸음질쳤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 들었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으…….”

    김독자는 제자리에 멈춰섰다. 유중혁이었다. 저 아래에 틀림없이 유중혁이 있다.

    “그 사람을 놔줘.”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형언할 수 없는 미지에 대한 공포 앞에서도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김독자는 성큼성큼 걸어 ‘그것’ 앞에 섰다.

    【너는너는너는너는너는】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여기는여기는여기는여기는여기는】
    【위험위험위험위험위험】

    머릿속을 울리는 온갖 목소리들에 현기증이 일었다. 하지만 김독자는 망설이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것’을 걷어내고 그 아래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

    꽉 다물린 입. 주름이 잔뜩 패인 미간. 식은땀이 배어난 이마. 소파 가죽이 튿어져라 꽉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이 아득한 시간의 무게로 유중혁의 목덜미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 개인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수없이 오랜 시간동안 인내해 온 남자의 얼굴이었다.
    김독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하얀 손가락이 그의 왼쪽 뺨에 닿았다. 느리게 움직인 손가락이 눈꺼풀을 가로지른 흉터 자국을 덧그렸다. 그의 손길이 가까워올 때마다 ‘그것’이 흠칫하며 물러났다.

    “유중혁을 놔줘.”

    【왜왜왜왜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대신 나한테 와.”

    메아리치던 소리가 잠시 멈췄다. 김독자는 고요한 눈으로 ‘그것’을 쳐다봤다가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돼.”

    ‘그것’이 망설이다가 느릿하게 김독자의 손가락을 감아올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그의 손목을 낚아채는 커다란 손이 있었다.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김독자.”



    유중혁은 눈을 떴다.
    반사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명줄처럼 꽉 죈 손아귀에 잡힌 하얀 손목이 힘없이 흔들거렸다. 고개를 돌려 제 오른편을 내려다보자 하얀 얼굴을 한 남자가 감긴 눈으로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아파…….”

    유중혁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손목은 놔주지 않은 채였다. 천천히, 남자가 눈을 떴다. 창 너머로 어른거리는 희미한 별빛이 검은 눈동자를 타고 머물렀다.

    “…….”
    “김독자.”

    몇 번이고 눈을 깜빡거리던 김독자는 잠시 유중혁을 올려다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하얀 손가락이 부드럽게 제 손목을 쥔 손을 풀어냈다. 살짝 몸을 틀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창 밖을 바라본다. 유중혁은 말없이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개만 돌려 유중혁을 쳐다본 김독자가 빙긋 웃고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툭, 투둑, 유리창에 빗방울이 부딪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런 꿈을 꾸나?”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냐.”

    꿈을 꾸는 건 내 의무였으니까. 조용한 목소리에는 별다른 유감이 묻어있지 않았다. 빗소리가 더욱 커지며 불을 밝히지 않은 방 안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김독자의 얼굴에 내려앉은 희미한 빛만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날 이후로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니, 사실은 찰나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살아온 유중혁과,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꿈꿔온 김독자였다. 그들에게 있어 고작 십여 년 정도의 이 시간은 정말로, 이토록 긴 소설의 쉼표 하나 정도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김독자는 ‘가장 오래된 꿈’으로서의 기억을 다 잊은 것처럼 보였다. 스스로가 그것이었다는 자각조차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유중혁은 굳이 그것을 알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은 이미 여기에 머무르기로 정했다. 이제와서 굳이 김독자에게 죄책감 같은 것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유중혁이나 그 일행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김독자는 어렴풋한 기억을 되찾아 가는 듯했다. 선명한 기억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유중혁이 보낸 그 영겁 같은 지옥의 시간들이 아주 오랜 꿈에 불과했을 테니까. 꿈이란 깨어나면 곧 잊어버리고 만다. 김독자에게도 ‘가장 오래된 꿈’으로서의 기억은 아마 그 정도로만 남아 있는 듯했다.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간밤에 꾼 꿈.
    사실은 김독자가 전부 다 알고 있었다는 걸, 유중혁은 조금 늦게 깨달았다.
    어느 시점에 기억해 냈는지는 모른다. 무슨 계기를 통해 알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유중혁은 그것을 간접적으로 깨달았을 뿐이었다. 몇 년 전부터 김독자는 아주 드물게 꿈을 꿨다. 그리고 유중혁은 그 꿈에 끌려들어갔다. 불가항력이었다. ‘가장 오래된 꿈’이 꾸는 꿈이었다. 저항할 수 없었다. 애초에 저항할 생각도 없었지만.
    처음 꿈에서 깨어난 날, 김독자는 유중혁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고서야 유중혁은 제대로 깨달았었다. 그가 정말로 ‘가장 오래된 꿈’이라는 걸.
    꿈의 내용은 다양했다. 유중혁과 그 일행을 만나 혼자가 아닌 채로 성장하게 된 김독자는 웹소설 말고도 다양한 책과 영화를 접하며 자랐다. 그리고 그가 흡수한 모든 것들이 꿈으로 나타났다. 때로 김독자는 <눈물을 마시는 새>의 사모 페이였고, 유중혁은 케이건 드라카였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배긴스와 백색의 간달프이기도 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과 크리스틴일 때도 있었다. 여러 작품의 주인공들이 꿈 속에서 유중혁과 김독자라는 이름으로 리네이밍되었다. 그것이 오늘은 <위저드 베이커리>였을 뿐이다. 김독자는 소년이었고, 유중혁은 점장이었다.
    옅은 침묵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어색하지는 않았다. 익숙하게 차분한 공기. 방 안은 이제 제법 깜깜해졌다. 밖에서는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서 예고한 폭풍이었다.

    “유중혁.”

    유중혁은 어둠 속에서 눈을 들어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무엇도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 눈이 마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나를 선택했어?”
    “…….”
    “왜 나를 용서했어.”

    김독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기도 했다. 유중혁은 알았다. 이제 그는 김독자라는 인간을 알고 있었다. 헐렁한 파자마 위로 덮인 얇은 홑이불이 일그러졌다. 유중혁은 손을 뻗어 주먹을 꽉 쥔 김독자의 손에 얹었다.

    “너는 왜 나를 선택했지?”

    되묻자 김독자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머뭇거림 끝에 김독자가 빗줄기에 묻힐 듯 희미한 목소리로 답해왔다.

    “날…… 원망해?”

    하필이면 너를 택해서, 그토록 오랜 영원불멸의 지옥도를 걷게 한 나를. 끝없는 윤회 속에 고독한 멸망의 순례자가 될 수밖에 없게 만든 나를. 유중혁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원망하지 않는다. 조금도.”

    다른 손을 뻗어 빗장뼈가 도드라진 어깨를 끌어당겼다. 힘없이 끌려온 몸이 품에 폭 안겼다. 아무리 먹여도 도무지 살이 붙을 줄을 모르는 그 마른 등을 쓸어내리며 유중혁은 생각했다. 긴 시간이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고행자처럼 지옥도를 따라 순례의 길을 걸었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가장 오래된 꿈’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김독자를 원망할 수 있을까. 그 순례의 끝에 있던 것이 지금 제 품에 안겨 있는 이 마른 몸뚱아리일진대, 어떻게.
    김독자는 명실상부하게 유중혁의 ■■였다.

    “김독자.”
    “……응.”

    유중혁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김독자 또한 조용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느린 호흡을 이어갔다. 사실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함께 한 시간이 그토록 길었다. 그러니까 저를 원망하냐는 그 질문은, 그저 잠투정이었을 것이다. 가끔가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죄책감을 무마해보려는 인간적인 시도. 유중혁은 그것이 싫지 않았다.
    콰르릉, 해명(海鳴)이 울었다. 품에 안긴 김독자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웃지?”
    “「맞다. 그는 여름에 태어났다. 지옥처럼 무덥고 끔찍한 폭풍이 몰아치던 여름에.」”

    품에서 고개를 든 김독자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입꼬리를 알랑거리며 웃었다. 유중혁은 살풋 미간을 좁혔다. 섬전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렇군. 이 녀석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건…… <전지적 독자 시점>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 자식이 수작을 부렸군…….

    “유중혁.”
    “…….”
    “나랑 만난 지 열세 번째 생일, 축하해.”

    흰 손이 뺨을 더듬어 생각을 멈췄다. 뺨에 닿아오는 서늘한 온기에 유중혁은 비로소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유중혁.”
    “왜.”
    “생일 축하해.”

    씩 웃는 희멀건 얼굴을 바라보며 유중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무슨 수작이지?”
    “수작이라니?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 중혁아.”
    “누가 형이라는 거냐.”
    “내가 너보다 반 년이나 일찍 태어났으니까 형이지.”

    생일만 되면 나오는 레퍼토리가 또 등장했다. 언제까지 저런 헛논리를 우길 건지.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따진 것은 그게 아니었다.

    “생일 축하를 말한 게 아니다.”
    “그럼?”
    “네놈 표정이 무언가 꾸미고 있는 표정인데.”
    “…….”

    귀신 같은 놈, 하고 중얼거리는 입모양에 유중혁은 따지기를 관두고 그의 허리를 홱 끌어당겼다. 옴짝달싹 못하고 끌려온 김독자가 화들짝 놀라 그의 어깨에 손을 짚고 밀어냈지만 꿈쩍할 유중혁이 아니었다.

    “무슨 짓을 했지?”
    “……비유한테 물어봐.”
    “순순히 답하니까 더 수상하군.”
    “아니, 그럼 뭐 어쩌라고.”

    투덜거리는 녀석에게 얼굴을 가까이 해 코끝을 깨물었다. 아! 왜 깨물어? 그런 소리를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조금 더 아래로 내려 아랫입술을 깨물고 입을 맞췄다. 야, 읏, 잠깐, 잠깐만……. 입술 틈새로 새어나오는 소리도 잠시였다. 어느새 제 목에 팔을 두르고 눈을 감은 김독자를 보며 유중혁은 픽 웃었다.

    “……왜 웃어?”
    “생일 선물은?”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미리 준비 안 한 모양이지?”
    “네가 갖고 싶은 거 주려고 일부러 준비 안 했지.”
    “그럼 지금 주면 되겠군.”
    “뭔데? 야, 너 설마.”

    되묻는 입술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추며 유중혁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내가 속했던 곳으로
나를 향한 네 사랑이 늘 충만했던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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