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썰의 백업입니다
* 예토전생 하듯이 간헐적으로 이어서 일년 가까이 이어진 썰이 되어버렸네요 캐해석이 마구 격변합니다...
아침 출근버스 요구르트남 썰로 중독 보고싶다 너무 웃겨서 유중혁버전 수정해서 써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른쪽은 그냥 김독자같아서 냅둠) 디지털풍화까지 재현할수없었지만... 여튼 출근길에 이렇게 만나서 서로 썸타는 중독 보고싶다
김독자는... 그날 출근해서도 심장이 계속 뛰었다 미친놈이 버스에서 남자를 성추행하고 지랄이야;; 근데 그 크기가... 시발... 하... 너무 커서... 진짜 기분이 이상해지고 만 것이다 아니 나는 평생 남자를 좋아해본 적은 없는데?! 미친건가 김독자? 하고 자기 뺨 투닥 때리면서 업무에 집중하려 애써본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건지도 모르겠고 한부장한테 깨지고 힘든 날이었다... 녹초가 된 채 집에 들어가서 씻고 침대에 풀썩 누움. 그리고 회사에서 몰래 올렸던 글을 다시 보는데... 아니 댓글이 왜이렇게 많아? 뭐임 하고 댓글들 살펴보는데 뭔가 상태가 이상함
??뭐임?? 하고 누군가 남겨준 링크를 타고 들어가는데... 미친 오늘 아침에 올라온 글이고... 상황이 너무 똑같았다 썅 뭐야?! 찬찬히 읽어보니 그 인간 맞는 것 같았음. 그 쪽도 댓글 수가 장난 아니었고... 일단은 글을 읽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어 약간 마음이 놓인 김독자. 아 그게... 대물이 아니고 요구르트였구나 아 ㅎㅎ 그치 세상에 그렇게 큰게 흔하냐~ 했는데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든다... 미쳤냐 김독자? 씨바 성추행이 아니면 안심을 해야지 왜 아쉬워하고 그래 미친건가?! 그치만 그 크기는... 확실히... 아니 씨발! 요즘 너무 오래 안 해서 욕구불만인 게 틀림없다... 잠이나 자자... 김독자는 머리를 팍팍 치며 잠에 든다... 그리고 김독자는 몰랐다 다음날도 그 남자를 만날 줄은...
유감스럽게도 김독자는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전혀 몰랐으나 유중혁은 알고 있었다... 얼굴까진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체구나 키나 뭐 그런 것 정도는... 유중혁은 출근을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인간이 아니었고 어제는 우연히 일 때문에 그 시간에 그 버스를 탄 것 뿐이었지만 그 남자를 다시 만나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해명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사실 댓글로 사과해도 될 것 같았지만 익명이라 사칭인지 아닌지 모르잖아... 그리고 글쓴이 댓글이 안남아있어서 글을 다시 안봤나 싶기도 했고... 여튼 그래서 다음날도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탔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김독자는 약간 불안한 기분을 느끼면서 그 버스에 타고 있었다... 어제 일을 생각하니 왠지 엉덩이가 좀 근질거렸고... 아! 씨바 자꾸 생각나고 난리야... 무사히 출근하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와중에 유중혁이 올라타지 김독자는 눈치채지 못한 채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읽고 있었다...
유중혁은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을 열심히 살폈다 오늘도 사람이 많군. 이래서야 찾기 힘들겠는데... 생각했지만 유중혁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이었고 결국 어제 그사람처럼 보이는 뒷모습을 찾아내고 만다. 저 사람 같은데. 사람들 조금씩 밀어내며 그 남자 곁에 가서 서는 유중혁... 어쩌다보니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또 뒤에 서버렸는데 그... 조금 미안하게도... 또 몸이 닿는 자세가 되었다... 또 오해받겠군. 흠칫 떠는 남자를 보고 얼른 해명해야겠다 싶어 어깨를 살짝 두드리고 저기. 하며 불렀더니 남자가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삐걱거리며 돌아본다...
김독자는 그 즈음 아주... 괴로웠다... 씨발, 하느님! 없던 종교가 생길 것 같다. 아니 이틀 연속 성추행이 말이 됩니까?! 예? 제가 살다살다 미친 남자한테 성추행을 그것도 두 번이나... 거기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큰것같다... 미쳤나봐 씨발... 김독자는 웹소설 보던것도 멈추고 속으로 온갖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음. 어제는 성추행이 아니고 그... 요구르트랬지... 그래 오늘도 그렇겠지! 근데 씨발 이 정도 크기면... 거의... 생수병 아니냐... 어쨌든 김독자는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심호흡을 했다. 그 순간 어깨에 손이 닿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헉 씨발 이건 진짜 뭐지 나 뭐 잘못했냐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부처님... 그래도 불렀으니 돌아보긴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에 결국 고개 돌려서 쳐다봤는데... 오... 씨발 이번엔 진짜 하느님 찾아도 될 것 같다. 평생 본 것중에 제일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뭐야 미친; 아니... 저기요?
얼굴 보자마자 말문이 막혀서 멍하니 입 벌리고 있자니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약간 곤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키도 크네 미친, 올려다봐야 한다. 넋을 놓고 보다가 남자의 입이 열렸다
"저기. 그... 어제는 미안했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김독자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고
"예? 어제요?"
멍청하게 되물으니 남자의 짙은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어제 그..."
어디부터 말해야 하나, 잠시 중얼거리더니 말을 이음
"어제 성추행 당한 것 같다고 글 쓰셨던 분 맞으시죠."
김독자는 정말로 어이가 없어졌다 미친 뭔데;;; 이 사람 그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뒤늦게 머리가 굴러가고 혹시?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머뭇거리며 답한다...
"그... 혹시 어제... 요구르트 가지고 버스 탔다던 그 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제야 김독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음 아! 오늘도 성추행 아니네! 그럼 그렇지 나한테 그런 일이 두 번이나~ 김독자는 하하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깜짝 놀랐네요. 그런 일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겪나 싶어서 엄청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그만."
"아, 괜찮아요. 만원버스인데요 뭐. 근데 오늘은 생수병이라도 넣고 타셨나봐요? 하하..."
그 말에 남자의 얼굴이 미묘해진다
"...오늘은 아무 것도 안 넣고 탔는데요."
"......????????????"
????? 뭐임??? 미친?? 자기도 모르게 아래로 시선이 향하는 김독자...
"어딜 보십니까?"
서늘한 목소리에 그만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고 황급히 사과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니 저기 그; 제가... 죄송합니다..."
(너무 망섹스썰같은데 괜찮은가? 그치만 그런 의도가 맞다 계속한다) 김독자는 그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버렸다... 남자가 김독자의 얼굴을 잠시 훑어보고 그 시선 때문에 귀 끝이 더 뜨거워지는 김독자... 아니 씨발 그게... 생수병이 아니었다고? 그럼... 그럼... 머릿속이 대혼란핀치... 남자의 그... 그것이 닿았던 엉덩이가 왠지... 기분이 이상해진다... 김독자는 황급히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려서 시선을 피하고 ㅋㅋㅋㅋ 유중혁의 눈에는 벌겋게 달아오른 목덜미가 보이겠지... 가뜩이나 햇빛 못 본 것처럼 피부도 허여멀건한 사람인데 빨개지니까 장난 아니군... 그런 감상을 하고
어쨌든 고의는 아니었지만 너무 당황하게 만든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진 유중혁은 사과의 의미로 밥이라도 한 번 사야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 유중혁은 너무... 선량했다... 그의 아래는 선량하지 않을지언정...
"언제 퇴근하십니까?"
"예?"
깜짝 놀라 돌아보는 김독자... 아직도 얼굴이 빨갛다. 그게 조금은 귀여운 것 같기도 하다.. 어렴풋이 생각하는 유중혁 (얼굴에는 전혀 티가 안났지만)
"퇴근하고 괜찮으시면 같이 식사하는 거 어떠십니까. 제가 사죠, 많이 놀라신 것 같아 죄송해서."
그 말을 들은 김독자는... 씨발 나 혹시 지금... 플러팅 당하고 있나? 이 사람 뭐지? 게이인가? 나 혹시... 게이한테 잘 먹히는 얼굴인가?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고... 아니 난 진짜 평생 남자 좋아해본 적 없다니까, 여자가 좋다고... 근데 씨발 존나 잘생겼다... 멍하니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본 김독자는 그만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데
내가 미쳤지. 씨발 그래 미쳤다. 김독자는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그만 책상에 이마를 박아버린다. 미친! 거기서 번호를 왜 알려줘! 김독자 미쳤냐?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아무리 그 남자가 잘생겼고 그렇게 플러팅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사실 플러팅도 아니었음) 두어 번 더 머리를 박으니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던 유상아가 걱정스럽다는 듯 쳐다본다... 독자 씨, 괜찮아요? 그 소리에 벌떡 고개를 든 김독자가 하하 웃음
"아, 예... 괜찮아요..."
"얼굴이 빨간데요, 열 있으신 거 아니에요?"
손을 뻗어 제 이마에 대려고 하기에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음
"아, 아니 정말 괜찮습니다!"
황급히 답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러나는 유상아...
"아프시면 반차라도 쓰시는 게 어때요, 건강이 우선이잖아요..."
슬프게도 정말 멀쩡합니다 상아 씨 저는 머리가 안 멀쩡할 뿐... 아니 씨발, 몸도 안 멀쩡한가... 왜 이렇게... 몸이 뜨겁냐... 미치겠네. 어떻게든 변명한 김독자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로 들어가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꺼내서 연락처를 확인한다... 유중혁, 떡하니 적혀있는 세글자.
[연락드리겠습니다.]
문자도 꼭 그 사람같은 느낌이 난다... 유중혁. 씨발 이름도 잘생겼네... 헉 이게 아닌데 하며 이마 짚고
정말이지 이틀 연속으로 정신없는 하루였다 어찌저찌 본능적으로 일은 쳐냈는데 뭘 한 건지 모르겠고... 이러다 영영 계약직 탈출 못하겠다 한숨쉬며 카드 찍고 문 열며 걸어나와선 사원증 벗어내는 김독자... 회사로 온다고 했는데 (왜 회사까지 알려줬지 김독자 미쳤어?) 어디 있으려나 코트자락 여미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만치에 기가막히게 잘 빠진 차가 멈춰선다... 노란색 람XXXX... 와 개쩐다 하며 바라보는데 손에 쥔 스마트폰이 부르르 울린다
"여보세요?"
"김독자 씨. 이 쪽으로 오세요."
아니 어디 있는데요, 라고 말하려고 한 순간 쳐다보고 있던 차 창문이 내려가고 그 안에 올라탄... 그 잘생긴 얼굴의 남자가...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타라는 손짓을 하지... 김독자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통화 끊고 주변을 둘러본 뒤 얼른 차에 올라탐. 유중혁이 눈으로 인사를 하면서 말한다
"늦지 않게 왔나 보군요."
예 너무 딱 맞춰서 오셨는데요...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수습한 김독자가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존나 맞는 말이네... 김독자는 머쓱해하며 메뉴를 고민해본다 근데 이 사람 입에 안 맞으면 어쩌냐 난 서민 입맛인데... 고민하느라 말을 안 하고 있자니 유중혁이 다시 흘끗 쳐다봄
"중식 좋아하십니까?"
아 시발 중식은... 점심때 존나 지겹게 먹는데... 근데 왠지 이 남자라면 내가 아는 중식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걸 말할 것 같다. 그래서 김독자는 네 좋아합니다 대답해버리고... 유중혁은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차를 돌려 어딘가로 향하고...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중국인이 직접 운영한다는 유명한 딤섬 맛집... 딱히 미식 취미가 없는 김독자도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었고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올려다보고 있자니 유중혁은 들어가자는 듯 고개를 까딱하고... 김독자는 약간 설렜다 나도 딤섬 먹어본다; 그런 순진한 감상을 하며 따라 들어가 앉음. 유중혁은 메뉴판은 보지도 않고 코스요리를 시켜버리고... 뒤늦게 김독자를 보더니
"코스니까 입에 맞는 게 있으실 겁니다."
그런 말을 한다 어이없지만 끄덕이는 김독자
헉... 오늘 공식에서 떡치기전에 망섹썰 빨리 끝내야함;;; 여튼 김독자는 요리 나오기 전에 일단 대화를 시도한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여덟입니다."
"어 저랑 동갑이네요!"
왠지 급 친밀감 드는 김독자 하하 웃으니까 유중혁이 빤히 보다가 대뜸 말함
"그럼 말 놓지?"
"??.."
이자식은... 원래 이렇게... 막 치고 들어오나? 좀 어안이 벙벙한데 일단 말 놓자니 거절할 이유 없어서
"그래 중혁아^^"
하고 답함. 유중혁은 좀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턱 괴고 느슨하게 쳐다보고... 무슨 말을 할까 잠깐 고민한 김독자는 제일 궁금한 걸 물어보기로 한다
"원래 그 시간에 그 버스 타? 내가 항상 그때 타는데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아니, 그 날만 일이 있어서 잠깐."
아 그렇구나... 출근하는 직장인은 아닌가 아니면 뭐 출근 시간이 다를 수도 있지만... 근데 오늘 나 회사 마치는 시간 맞춰서 찾아왔잖아? 그럼 애초에 회사 다니는 게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더 자세히 물으면 너무... 캐묻는 것 같아서 다른 의문을 해소하기로 함
"그럼 오늘은 왜 그 버스 탔어?"
대답은 안 하고 빤히 쳐다보는 유중혁... 뭐지 나 뭐 잘못 물어봤나 싶었지만 시선 피하지 않고 마주보니 입을 여는 유중혁
"너 보려고."
"..??????"
저기요? 아니 이 자식 진짜 엄청 훅 치고 들어오는데 미친 거 아냐? 나 정말 플러팅당하고 있냐....? 실환가? 잠시 정신이 혼미한 김독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놀랐을 것 같아서."
이어지는 말에 그제야 아 하겠지... 아 씨; 그럼 그렇지 플러팅은 무슨... 야 김독자 정신차려라... ㅎ;; 머쓱하게 웃음
"아 그랬구나... 고맙다 야; 놀라기는 했지만 이제 괜찮아."
답했더니 무덤덤하게 답하는 유중혁
"그럼 다행이고."
아 이 자식 진짜 말 짧다... (혼자서) 침묵이 어색해진 김독자 이제 무슨 얘길 할까 머리굴리는 사이 다행이도 요리가 나오기 시작함 그리고 요리들은... 진짜 기가막히게 맛있었음 높으신 분들 접대할 일도 많지 않은 팀에서 일하던 김독자가 쉽게 먹기 어려운 음식이었고... 아니 그냥 그런 걸 다 떠나서도 정말 맛있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먹으니 조금 기분 좋은 듯한 얼굴을 하는 유중혁
"어차피 먹을 거면 맛있는 거 먹는 게 좋으니까."
아 그래... 그 말에서 미식가의 기운을 알아챈 김독자... 이 놈은 찐이군...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일단 맛있게 냠냠 다 먹음 oO(여기 새우딤섬 진심 맛있다) 정도의 생각을 하고... 후식까지 신나게 먹고 나서 기분좋아진 김독자 방긋 웃으면서 인사함
"중혁아, 덕분에 잘 먹었다."
계산하고 나오던 유중혁은 김독자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함
"다행이군."
그리고 그 웃는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또 잠깐 넋 나가는 김독자... 망설임 없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유중혁 뒤를 황급히 따라가면서
"아 중혁아, 나 여기 근처 가까운 역에 내려줘도 돼. 지하철 타고 갈게."
말했지만 유중혁은 손만 내젓는다
"집까지 태워다 주지. 주소가?"
김독자는 사실 태워다주면 대환영임 야 너 진짜 장난 아니다... 너... 좋은 놈이구나? 하하 웃고선 차에 다시 올라타서 주소 알려주니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는 유중혁... 차가 부드럽게 출발하고 김독자는 편안하게 좌석 등받이에 몸을 묻는다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서울 야경... 해는 어느새 진지 오래고 불빛만 반짝반짝한데 그게 참 예쁨 이렇게 여유롭게 퇴근해본게 언제적이더라... 기분 좋아져서 이런저런 얘기 꺼내는 김독자
"아무튼 오늘 진짜 고맙다. 어제 놀라서 글 쓰긴 했는데 그걸 보고 또 찾아와줄 줄은 몰랐네."
"아니. 나도 놀라게 해서 미안했으니까."
"야, 그래도 넌 좋은 놈이야. 고작 그런 해프닝가지고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어딨냐."
"그런가."
"그래 인마. 고맙다. 오늘은 여러 모로 좀 신기한 날이네. 내가 살다가 이런 날도 있구나..."
신호에 걸려서 차를 멈추고 고개 돌려 김독자를 바라보는 유중혁 그 시선을 느꼈지만 기분 좋은 김독자는 쳐다보지 않고 계속 말한다
"회사원으로 사는거 맨날 지겨운 일 반복이거든... 매너리즘이니 뭐니 그런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니까. 맨날 똑같은 일 시키면서 회사는 창의력의 어쩌구 저쩌구..."
저도 모르게 편해진 건지 이런저런 불평까지 늘어놓다가 아, 내가 오늘 초면인 사람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김독자 정신 차려, 어차피 오늘 지나면 볼 일 없는 사람인데. 근데 그렇게 생각하니 또 너무... 아쉽지. 왠지 코끝이 좀 찡하다. 김독자는 유중혁을 바라보며 콧잔등을 찡그리듯 웃었다
"미안하다. 이상한 얘기 해서. 근데 좀 헤어지기 아쉽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유중혁은 잠시 말이 없다가... 파란불로 바뀌자 고개를 앞으로 돌리면서 여상하게 대답함
"아쉬우면 술이라도 한 잔 하든가."
김독자는 깜짝 놀란 얼굴로 눈만 깜빡임... 뭐냐 이 자식 진짜... 좋은 놈이잖아? (아니다 김독자) 하지만 이렇게 냉큼 수락해도 되는 건가... 고민은 짧았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친해져서 나쁠 것 없을 것 같다... 나랑은 사는 세계가 좀 다른 놈같기는 한데 그래도... 그건 어쩌면 일종의 동경같은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김독자가 승낙하자 차를 돌려 다른 곳으로 향하는 유중혁
"괜찮은 바를 알아. 거기로 가지."
응 그래 중혁아 너 가고 싶은 데로 가... 김독자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얌전히 끌려감 그리고 분위기 진짜 괜찮은 바에 도착해서... 술을 한잔... 두잔...
"아 중혁아, 나 술 잘 못하거든..."
"도수 낮은 걸로 마셔라."
"야 근데 이거 맛있다..."
"그건 좀 셀텐데."
"근데... 맛있는데?"
벌써 약간 혀가 풀리는 게 느껴지지 옆에서 유중혁이 웃은 것 같기도 하다...
"야 중혁아 내가 그... 술이 진짜 약해서... 헛소리하면 어떡하지?"
"이미 시작한 것 같은데."
"아니 씨바 아니거든. 중혁아 내가..."
횡설수설하는 김독자의 눈가가 조금 발갛고 그게 약간... 신경쓰이는 유중혁
"적당히 마셔라."
잔을 뺏으려고 했더니 또 필사적으로 못 가져가게 막는다...
"야 왜그래... 마실 거야..."
어이가 없지만 일단 조금 더 지켜볼 생각으로 가만히 바라보는 유중혁... 여차하면 집 주소도 아니까 데려다주고 가면 되겠지. 그리고 잔을 더 홀짝대던 김독자는 턱을 괴고 유중혁을 본다
"중혁아."
"왜."
술취한 사람 말에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유중혁; 그게 얼마나 친절한 일인지도 모르고 계속 말하는 김독자...
"너 진짜 잘생겼다..."
유중혁은 마시던 술을 뿜을 뻔했으나 간신히 참고 콜록거리며 돌아봤다
"뭐?"
"너 진짜 잘생겼다고... 진심... 존나 잘생겼어..."
조금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유중혁... 잘생겼다는 말이야 수백 수천번을 들으며 살아온 인생이지만 왠지 이 녀석이 하니까 기분이 조금 이상함. 찬찬히 술에 꼴아가는 얼굴을 훑어보지... 새하얀 피부가 술기운 탓에 발갛게 달아올라 있고,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긴 속눈썹이 팔랑거린다. 그러면서 저를 보고 배시시 웃는데... 왠지 갑자기 애국가를 불러야 하나 싶어진 유중혁이었고... 김독자는 계속 지껄인다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씨바 누가 또 뒤에 달라붙어서 개당황했는데 돌아보니까... 미친... 뭔 말도 안되게 잘생긴 놈이..."
"김독자... 너 취했다."
"아냐 아냐 안취했어"
중혁아 나 완전 멀쩡하거든? 헛소리하는 김독자를 코웃음치며 바라보는 유중혁
"아니 아무튼 중혁아 너 존나 잘생겼다고... 근데 있잖아... 그..."
뭔 소리를 하려고 뜸을 들이지? 약간 불안해져서 빤히 쳐다보니까 대단히 억울한 얼굴을 하는 김독자
"씨바 잘생겼는데 거기까지 크면 어떡"
유중혁은 화들짝 놀라서 김독자 입을 틀어막음 ㅋㅋㅋㅋ
"김독자!"
"웁 우웁 웁웁.."
"김독자! 입 다물어!"
"우웁웁.."
한참 실랑이하다가 결국 유중혁 손 떼어낸 김독자
"아니 야 숨 좀 쉬자!"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걸 보니 너무 다 막아버렸나 싶어서 일단 손 떼는 유중혁 ㅋㅋㅋㅋ 하지만 그 틈을 놓칠 김독자가 아니었음
"야 씨발 너 진짜 존나 컸다고 내가 얼마나 놀랐"
다시 입 틀어막히고 ㅋㅋㅋㅋㅋㅋㅋ 황급히 김독자 끌고 주차장까지 나온 유중혁 ㅋㅋㅋㅋ 주변에 누구 없나 살펴보고 버둥거리는 김독자를 놓아준다
미친, 김독자... 유중혁은 이마를 짚었음 네비게이션을 보니 김독자 집까지는 최소 20분은 가야함... 짧은 고민에 빠진다 내 집까진 금방인데. 그리고 고민은 금방 끝났다 김독자가 진짜로 우웩거리기 시작해서 (ㅋㅋㅋㅋ) 결국 김독자 끌고 자기 집까지 와버린 유중혁...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와서 현관문 열고 들어섬
"야 중혁아 여기 되게 좋다..."
"내 집이다."
"아 그래? 야 여기 되게 좋다 중혁아..."
마른세수를 한 유중혁은 김독자의 상태를 다시 살펴봄 그래도 아까보단 약간 깬건지 막 넘어질정도로 비틀거리진 않았음... 욕실 문 열어주면서 김독자한테 묻는다
"일단 씻고 나와라. 할 수 있겠어?"
"아 중혁아 날 뭘로 보냐~ 완전 껌이지~"
뭔 헛소린지 모르겠지만 일단 욕실에 처넣고 갈아입을 옷 적당한 걸 꺼내서 문 앞에 둔 유중혁 욕실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라도 하진 않겠지... 조금 걱정은 됐으나 그렇다고 씻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당연하지만) 일단 자기도 씻고 나오기로 한다 취하진 않았지만 정신 좀 차릴 겸... 침실에 딸린 다른 욕실에 들어가서 빠르게 씻고 나온 유중혁 김독자 어디있나 살펴보니 물소리가 나고 아 그래도 씻을 정신까진 있나보군... 약간 안심하며 조금 기다리자니 문이 열림
"갈아입을 옷 거기 뒀다."
"어 고마워 중혁아..."
근데 김독자 이 미친 사람이 옷을 가지고 들어가서 입는 게 아니라... 알몸으로 나와서 옷을 주워입는 게 아니겠음... 유중혁 깜짝 놀라서 얼른 고개 돌리고 김독자 미친놈... 입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자니 자박자박 걸어오는 소리가 들림
"중혁아 고맙다... 옷 좀 크긴 한데..."
쳐다보니 김독자가 입은 제 옷은 어깨가 남아 소매가 손등까지 덮고 있지... 가만히 쳐다봤더니 김독자가 조금 머쓱한 듯 하하 웃는다
"미안... 너무 멀미가 심해서... 신세지게 됐네 미안하다..."
그래도 인사치레를 하는 걸 보니 조금은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다 싶음. 유중혁은 괜찮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침실을 가리킴
"저 쪽 침대에서 자라. 나는 거실에서 잘 테니까."
"아냐 중혁아 무슨 소리야 내가 거실에서 자야지 신세지는 건데..."
"아니. 네가 침대에서 자라."
한참 옥신각신하니까 김독자가 고개 휘휘 저으면서 폭탄선언함
"아 그럼 그냥 같이 자. 나 잠버릇 안 심해."
어이가 없어 쳐다봤으나 김독자는 고집을 꺾을 기세가 아님. 이 자식 술 취하면 엄청 귀찮은 성격이군 앞으로도 술은 웬만하면 못 먹게 해야겠다... (자연스럽게 앞으로를 생각하는 유중혁)
그래서 결국 한 침대에 누웠음. 유중혁은 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싶지만 의외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음. 아니 오히려 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김독자를 보니 자기 쪽을 보고 누워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음
"...안 자나?"
"중혁아..."
속삭이듯 부르는 목소리에 어쩐지 몸이 조금 떨림
"중혁아... 너 진짜 잘생겼어... 알아?"
"...어."
와중에 안다고 대답하는 유중혁 하지만 김독자의 손이 뻗어와서 얼굴에 닿으니까 그만 그대로 멈춰버림. 손으로 얼굴 윤곽을 느릿하게 덧그리던 김독자가 입을 연다
"잘생겼다. 어느 정도냐면... 나 평생 남자한테 설레본 적 없는데... 너 보고선 조금... 이상하더라..."
색색 숨소리를 내며 발간 얼굴로 말하는 김독자... 유중혁은 서서히 미간에 힘을 주기 시작함. 이 놈 취했다... 넘어가면 안 된다...
"아니 사실 그... 너 얼굴 못 본 날... 첫날에도... 좀 기분이 이상했어..."
무슨 소리지? 가만 듣고 있으니 김독자는 계속 말함
"아니 그게... 씨발... 진짜 이상하긴 한데... 야... 너 오늘 진짜 아무 것도 안 들고 버스 탔냐...? 생수병 같은 거... 안 들고 탔어...?"
"...빈 손이었다."
"씨발, 유중혁. 존나 쩔어..."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을 한 김독자가 손을 서서히 내림 뭐 하는 짓인가 싶은데 김독자는 거침없이 손을 내려서 바지까지 향하고... 유중혁이 깜짝 놀라서 손목 붙잡으려는 찰나 김독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유중혁 위에 슬쩍 올라탐
"중혁아... 나 궁금한데... 보여주면 안 되냐?"
김독자, 미친놈. 씨발... 드물게도 욕설을 주워섬긴 유중혁이 손을 뻗어 김독자의 뒷목을 붙잡고 제 쪽으로 끌어당김.
"네가 먼저 시작했다. 김독자."
그대로 말캉한 입술이 맞닿고 김독자는 눈을 꼭 감았음. 아, 기분 좋아...
씨발 저질러 버렸다.
김독자는 화들짝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켜 앉았다. 살짝 열린 커튼 틈새로 아침 햇살이 새어들어오고... 창 밖에선 새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허리가 찌르르 아파온다. 미친. 뭐임? 옆자리를 보니 유중혁이 조용히 잠들어 있지... 물론... 알몸이다. 천천히 이불을 들어 자기 하반신도 확인한 김독자는... 똑같이 알몸인 것을 확인하고선... 그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씨발 어제 무슨 짓을...? 중간에 필름이 조금 끊겨있기는 한데... 아... 이 새끼 집에 들어온 뒤로는 전부 기억이 난다 씨발 김독자 너 미쳤어... 미쳤다고... 초면인 사람이랑 원나잇도 어이없는데 야... 너 남자랑 잤다고... 김독자 존나 또라이 아냐 이거? 당황해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유중혁을 돌아봄... 근데 너무 잘생겼다. 이 정도면... 남자랑 원나잇 개연성 있는 거 아니냐...? 살짝 손을 들어 유중혁 뺨에 대보려다가 손을 거둠. 야 김독자... 이건 진짜 아니다...
그래 다 없던 일로 하자! 씨발 이럴 수는 없다! 김독자는 유중혁이 깰세라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와중에 침실에는 어제의 정사 흔적이 가득하고... (김독자 미친새끼...) 아 오늘이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출근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 어기적거리며 혹시나 빠뜨린 게 있을까 다 정리하고 몰래 집을 나섰다 택시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간 뒤... 다시 머리를 쥐어뜯는 김독자 아! 미친! 생각해보니까 자기 폰번호도 알려줬고 회사도 알려줬음 김독자 이거 진짜 미친새끼야... 최고의 미친놈상 드립니다... 폰번호는 어떻게 바꿀 수 있다 쳐도 회사 이직까지... 그건 진짜 무리다 아 존나 망했네... 일단 빠르게 휴대폰을 들어 유중혁 번호를 차단했음 회사에 찾아오면 어쩌지? 뭘 어째 시발 존나 모른척해야지... 애초에 사는 세계가 다른 놈같았다 아는 사이인 게 신기한 놈이라고...
그래! 존나 철판 깐다! 결심하고선 허리건강을 위해 열심히 쉬면서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에 괴로워하며 출근한 김독자... 허리 두들기며 앉아서 일하고 퇴근하던 길이었음 하지만 김독자는 유중혁이 미친 행동력의 소유자라는 걸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어김없이 회사 앞에 서있는 노란색 차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며 고개 돌리고 지나가지만 김독자를 향해 열심히 클락션을 울리는 람XXXX ㅋㅋㅋㅋㅋㅋㅋ 씨발! 유중혁 미친새끼! 제발 좀 닥쳐! 끝내 모른 척하자 차에서... 키 큰 남자가 내린다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도 가려지지 않는 잘생긴 얼굴... 척척 걸어와서 김독자 앞에 섬
"김독자."
서슬 퍼런 목소리에 움찔했지만 김독자는 계속 고개를 돌림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아닐 텐데."
어깨를 가볍게 붙잡아서 돌려세우곤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눈을 보여주지
"정말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모, 모르는데요."
유중혁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림
"끝까지 모른 척하겠다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그게 또 너무 잘생겨서 잠시 넋놓는 김독자) 턱짓으로 차를 가리킨다
"주목받기 싫으면 일단 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시선이 가득 꽂혀있고... 아니 씨바 여기서 차에 타면 더 이상해지지 않겠냐...
"타."
아.. 예.. 중혁님.. 타겠습니다... 결국 또 같이 타버린 김독자
이렇게 시작하는 현대au 중독이 보고싶엇던것이엇다... ^ ^ 뒷내용은 그냥 흔한 썸과 연애얘기가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줄이는 걸로... 유중혁은 프로게이머인데 얼굴로 평가받는 걸 싫어해서 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경기에 임한다는 설정이고 김독자는 그런 패왕의 10년 팬입니다. . . ^ ^
그렇다 김독자는.... 또 다시 유중혁의 차에 타버렸다 씨발 내가 왜... 여기... 나는누구 여긴어디... 약간 넋이 나가 있으니까 유중혁이 눈썹을 꿈틀대더니 김독자 눈앞에 손을 흔들음
"김독자."
헉 시발 깜짝이야... 흠칫 놀라서 약간 물러나면서 (그래봤자 시트에 막혔지만) 어, 어? 하고 답하니 약간 한심하다는 얼굴을 한 유중혁이 다시 손짓함
"벨트 매라."
어 ㅎ.. 그래 중혁아 벨트 매야지 존나 중요하지...
"얼른 안 매면 내가 매주겠다."
시발 인마 좀 진정해;; 김독자는 황급히 벨트를 맸다... 찰칵 하기가 무섭게 차를 출발시키는 유중혁... 그러고보니 얼떨결에 타긴 했지만 도대체 이 자식이 왜 여기 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김독자가 슬 눈치를 보며 유중혁을 쳐다봤음
"야, 그, 중혁아, 어디 가는 거냐..."
유중혁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꾸한다
"저녁 먹으러 간다."
앗 그래 그렇구나... 뭔데 뭐 먹으러 가는 건데... 묻고 싶었는데 쭈뼛거리며 유중혁 얼굴을 봤다가 눈이 딱 마주치니까 갑자기 며칠 전 일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시발 김독자 미친놈아... 마음속으로 이마를 열댓 번쯤 친 김독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고개를 돌리고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봤음...
아니 근데 유중혁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야 인마 너... 나랑 잤다고 시발; 갑자기 또 생각하니까 죽겠는 김독자... 흘긋흘긋 유중혁 훔쳐보면서 온갖 잡념에 잠긴다 이 새끼 게인가... 아니... 난 평생... 진짜 남자 좋아해본적 없다고 내 인생 어디로 가는 거냐... 근데 자기가 먼저 올라탔던 것까지 선명히 떠올라서 죽을 지경임 여자하고도 자본 적 없는 인생에 뜬금없이 남자랑 원나잇 거기다 내가... 내가... 아래... 김독자가 갑자기 창문에 머리를 쾅 박아서 유중혁은 하마터면 차를 멈춰세울 뻔했음 (ㅋㅋㅋㅋㅋ)
"김독자. 갑자기 왜 그러지."
어 그래 시발 중혁아 너때문에... 아냐 시발 내가 죄인이지... 김독자가 처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약간 당황한 유중혁은 마침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차장으로 들어서며 말했음
"김독자. 메뉴를 안 물어봐서 미안하다. 그래도 웬만하면 입에 맞을 거다."
응 그래 그렇겠지... 기운없어진 김독자는 대충 고개만 끄덕이고서 차에서 내렸음 흐느적거리면서 유중혁 뒤를 따라가니까 이상한 시선이 따라붙긴 했지만 존나 모르겠다 남자랑 자는데 깔려본거 아니면 다 조용히 하세요... 그런 반항적인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자리에 앉은 김독자... 유중혁이 맞은편에 앉고 메뉴를 주문한다 오늘은 한식당이네... 그래 반찬 한두개정돈 입에 맞겠지... 김독자가 영 말이 없으니까 유중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독자. 표정 풀어라."
그새 퀭한 눈이 된 김독자가 고개를 들어서 유중혁을 물끄러미 봤음
"너같으면 표정 풀겠냐..."
유중혁이 한숨을 폭 쉬면서 약간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음
"말없이 회사 앞으로 찾아간 건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전화를 차단해 뒀지 않나,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
김독자는 머리를 헤집으며 할 말을 생각했음 그 사이에 상 위에는 음식들이 하나씩 놓이고... 음식이 모두 세팅된 뒤에야 김독자는 입을 열었음
"중혁아, 내가 왜 연락 안 받았는지 모르겠냐? 어? 너같으면 받겠냐고?"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며 몸도 그쪽으로 살짝 기울여 말한다... 유중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음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아니 씨발 중혁아...!!! 김독자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스스로가 이상할 지경이었음 그래서 눈을 데록데록 굴리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 중혁아... 일단 이것부터 좀 물어보자..."
"뭔데 그러지."
김독자는... 진짜로... 탑씨크릿을 얘기하는 국X원 직원이 된 느낌을 체감하며 속삭였음
"너... 게이냐?"
유중혁의 얼굴에 진짜 이상한 표정이 어렸음 저건... 뭐냐... 존나 어이없음과 한심함과... 어쨌든 그런 것들의 복합적인... 한참이나 그런 표정을 하고 있던 유중혁이 입을 열었음
"김독자."
"어...어?"
"네가 먼저 시작했다."
시발... 존나 할말이 없었음...... 김독자는 음식이 없었다면 테이블에 머리를 쾅 박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괴로움에 몸을 떨었음 잠시 말이 없던 유중혁이 그의 앞에 놓여있던 젓가락을 쥐여서 김독자 손에 쥐여줬음
"일단 밥부터 먹지."
야 새끼야 왜 이렇게 친절하고 그러냐 울것같다 시발... 내 인생... 김독자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K조상님들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며 식사를 시작했음... 그 유중혁이 고른 음식점답게 음식은 존나.. 맛있었다... 입 짧은 김독자도 제법 맛있게 먹었음 기분이 굉장히 괴로웠음에도 불구하고 먹을만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탑급 음식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지난번처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김독자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슬 유중혁을 쳐다봤음...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던 유중혁이 눈을 들어 김독자를 마주봤음 김독자는 원나잇 상대에게 엉겁결에 끌려와서 밥을 먹임당한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먼저 급한 고민을 해결하기로 했다
"일단 잘 먹었다 중혁아... 그.... 계산은"
"신경쓰지 마라."
칼같이 돌아오는 대답에 김독자는 입을 다물었음 어쨌든 비싸보이는 음식점이었는데 유중혁이 이미 계산을 했다는 것도 덩달아서 알게되었음 고맙긴... 고마운데... 이자식은 보니까 출근도 안하는 것 같은데 무슨 직종이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살펴보니 유중혁이 찻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음
"이제 좀 대화할 마음이 드나?"
뭔 소리야 시발 난 처음부터 존나 대화할 생각 만만이었다고... 니가 할말없게 만들었잖아... (아님) 어쨌든 김독자는 대화가 정말 필요하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니 자리를 옮기자 말하는 유중혁... 설마 또 술마시는건 아니지 그 표정을 귀신같이 눈치챘는지 유중혁이 픽 웃었다
"너는 당분간 술 금지다."
김독자는 그 자리에 잠시 굳었음 그 웃는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진짜로 취향을 깨부수는 얼굴이라는 게 존재하는구나 세상에 저런 인간도 있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게 가슴께에 손을 얹고 있으니 유중혁이 고갯짓을 함
"뭐하나? 얼른 가지."
김독자는 황급히 눈을 돌려서 피하며 뒤를 따랐음 얼굴 빨개지진 않았겠지... 다시 차에 올라서 이동하는데 왠지 풍경이 익숙함 우리집 근처같은데...? 뭐지; 그랬다 유중혁은 정확히 김독자의 집을 향해서 가고 있었음 야 이새끼야 미친거아냐 ;;; 가자는게 우리집이냐 개 황당하고 동시에 얼굴이 달아올라서 미칠 노릇이었음 그러니까 그... 그날... 아니... 아니시발! 그만 생각해! 도대체가 술에 꼴아도 필름이 끊기지 않은 이 강인한 정신력(?)이 몹시도 미워졌음... 어쨌든 김독자는 이대로 또 당할 수는(??) 없었음 그래서 유중혁의 팔...은 운전하고 있는데 차마 붙잡지 못하고 유중혁의 시트 등받이를 턱 붙잡으며 말했음
"야... 설마 지금 우리집 가는거 아니지?"
김독자를 흘끗 돌아보며 눈썹을 들썩인 유중혁
"맞는데."
뭐지? 너무 당연하게 대답해서 어 그렇구나 할뻔했네; 김독자는 얼른 다시 답했다
"야 우리 집엘 왜 가? 미쳤어?"
신호에 걸려 차를 잠시 세운 유중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김독자를 쳐다봤음
"너희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갈 거다. 어차피 데려다 줄 건데 그 편이 낫지 않나?"
아 시발... 이 새끼가 지나칠정도로 친절한 새끼라는 걸 잠시 잊었다... 김독자는 다시 창에 머리를 박았음
그렇게 김독자가 사는 오피스텔 근처 카페에 온 두 사람... 김독자는 밥 얻어먹었으니 커피는 내가 사겠다고 말하려고했지만 유중혁이 이미 카운터 앞에 서서 절대 비켜주지 않겠다는 차가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음;
"뭐 마실 건가?"
"어..."
원래대로면 핫초코를 먹겠지만... 왠지 초면(은 아니지만)인 이 녀석 앞에서 핫초코를 먹자니... 어쩐지... 가오가 안 사는 것 같다; 아니 이제 와서 가오 따질 게 뭐가 있어?! 싶지만 김독자는 그랬다... 메뉴판을 눈으로 훑는데 카운터 뒤편에서 뒷정리를 하던 알바가... 김독자를 알아봄;
"아. 안녕하세요. 드시던 걸로 드시나요?"
아니 그렇게 자주 오지도 않았는데 왜 알아봐???? 김독자는 얼른 고개를 가로젓고선 대충 아아메를 시켜버렸고 ... 그렇게 유중혁과 마주앉아... 아아메엔 제대로 손도 안 댄 채로 침묵이 흘렀음... 유중혁은 무슨 차를 시켰는데 뭔지는 모르겠고 향이 좋았다... 팔짱을 끼고 앉은 유중혁이 눈썹을 들썩였음
"안 마시나?"
어 그래 시발 마셔야지... 김독자는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는 채로 커피를 들이켰음... 일단은... 씁쓸했다... 그래도 찬걸 먹으니 좀 침착해지는 것 같아서 휴 한숨을 내쉬고선 머리를 빠르게 굴려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금요일에... 미쳐가지고... 이 녀석이랑 원나잇을... 아악! 김독자는 자기가 계속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 아 시발 진짜 이게 뭔 상황인지... 하지만 한숨을 쉬어도 눈앞에 앉은 놈은 사라지지도 않았고 잘생김이 바래지도 않았다 존나 어이없네 이자식 왜 잘생겼지? 내가 이 얼굴에 속아가지고 원나잇... 남자랑 원나잇을...
사실과 전혀 달랐지만 일단 김독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는 알았다 그러니까... 일단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겠지? 아무래도 이 자식 화나서 따라온 것 같으니까...;; 그래서 김독자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중혁. 그... 일단 미안하다."
근데 웬걸 유중혁은 표정이 풀어지기는 커녕 어째 더 심각하게 찌푸려짐...;; 아니 왜? 사과했잖아????? 뭘 잘못 말한건지 잠깐 고민하는데 유중혁이 미간을 팍 좁힌 채로 물어왔다
"뭐가 미안하지?"
...??? 잠깐만 나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뭐가 미안하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대답을 신중히 해야 된댔음... 애인 한 번 만난 적 없는 28년 삶이었지만 그런 것은 알았다; 그래서 김독자는 정말 신중하게... 미안하게 생각한 모든 걸 말했음... 그러니까 그... 일단 처음에 성추행으로 오해한 거 그리고 그 담에... 술에 꼴아서... 너한테 진상부린 거랑... 그... 그 다음 일도... 아! 시발! 여기까지 말하니 자괴감이 너무 쩔어서 눈을 꾹 감아버렸지만 말은 계속해야 했음; 그래 차라리 안보이니 더 낫다; 그리고 거, 너희 집에서 신세지고 인사도 없이 그냥 나온 거. 미안하다.
다 말하고 보니... 김독자는 어째 유중혁한테 뭐 이렇게 미안한 일을 많이 했나 싶어졌다... 그래서 슬쩍 눈을 뜨고 애매하게 웃으면서 말했음
"너한텐 미안한 일밖에 없네. 진짜 미안."
나름대로 진심으로 사과했는데 유중혁 저 자식은 왜 저렇게 표정이 험악한지 모를 일이었음;
"야... 그렇게 화났어? 미안하다니까."
슬쩍 다시 찔러봤는데 유중혁은 여전히 무언가 심각한 고민을 하는 얼굴이었음 아니 시발 중혁아 말을 해...;; 김독자는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기분으로 유중혁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음 그리고 한참 뒤에 유중혁이 말했다
"김독자."
"어?"
"지금 나한테 미안하다고?"
아니... 중혁아... 내가 미안하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시발... 하지만 김독자는 일단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중혁이 짙은 두 눈썹을 거의 붙일 기세로 인상을 쓰곤 다시 물었음
"왜 미안하다는 거지?"
엥. 김독자는 어리둥절해졌다 그...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미안하냐고 물으시면... 그리고 김독자는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는 편이었음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어?"
김독자는 황당하다는 얼굴을 한 유중혁을 보고 더더욱 이해를 못하기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 좀 좆된 것 같지 않나...
기어이 하, 하고 한숨을 쉰 유중혁이 기가 막히다는 듯 조금 웃었다 그 와중에도 잘생겨서 김독자는 잠시 넋을 놓을 뻔했으나 정신을 수습했음. 유중혁은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되감더니 김독자를 쳐다보면서 팔짱을 꼈다
"잘 알겠다, 김독자. 나랑 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지."
아니 그게 갑자기 또 뭔 소리래;
"갑자기 무슨 소리야?"
유중혁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충격적이었고 마음에 안 들었고 미안한 건진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겠군. 남자랑 자본 게 처음인가?"
김독자는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유중혁의 입을 막을 뻔했지만 이윽고 유중혁이 주변에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하지는 않았으며 애초에 카페 내에는 사람이 별로 없음을 상기하고 간신히 손을 달싹이는 데 그쳤음... 하지만 입술은 계속 달싹거렸다... 시발 남자는 커녕 여자랑도 자본 적 없다고 이새끼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해두는데, 김독자. 나도 남자랑 잔 건 처음이다."
...??? 김독자는 눈을 껌뻑거렸다 이 녀석도 처음이라고? 근데 왜 그렇게 잘하는... 아니 시발...! 김독자는 내적 이마치기를 하며 애써 평정을 유지했다 근데 뭐야 이 자식, 남자랑 처음이면... 나랑은 왜 잔건데?;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으나 이걸 물으면 왠지 유중혁이 정말로 극대노할 것 같아서 김독자는 입을 다물었음;
한참이나 김독자를 노려보던 유중혁이 다시 긴 한숨을 쉬며 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서늘한 눈길을 한 유중혁이 말했다
"확실히 해둬야겠군. 김독자. 나랑 계속 만날 생각이 있나?"
김독자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계속 만나? 뭔 소리야? 설마 섹파 말하는 건가?; 김독자는 유중혁의 얼굴을 다시 훑었다 아니지 아니겠지... 이렇게 잘난 자식이 뭐가 모자라서 나랑 섹파를 하재; 그럼 그냥 이렇게 가끔 만나서 뭐 밥이나 먹고 커피나 마시고 그러자는 건가...? 이녀석 혹시 너무 잘나서 친구가 없는 타입인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역시 유중혁이 자기랑 친구(?)가 되길 원한다는 것도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음 아! 나한테 두번이나 밥을 샀으니까 내가 살 차례인 모양이다!
새끼 주고받음이 확실한 놈이네... 그래서 김독자는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음 그걸 본 유중혁도 어째 찝찝한 얼굴이었지만 김독자는 두번 얻어먹은 밥이 얼마였는지를 생각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음; 물끄러미 김독자를 보던 유중혁이 손목에 찬 시계를 흘끗 들여다봤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들어가. 나중에 다시 연락하지."
정신이 낡을 대로 낡은 김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에 들어갔음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털썩 누웠는데 기분이 영... 이상했음...;; 너무 당황해서 휘둘린 것 같은데? 내가 왜 그자식한테 휘둘려야 하는 거지?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면 반드시 자기가 먼저 올라탔던 것이 생각났으므로 김독자는 포기하기로 했다... 에이 시발 좆됐다... 딱히 평탄하지는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최근엔 조금 안정된 줄 알았는데 내 인생이 그렇지 시팔...
김독자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뒤적거렸음 그러고보니 주말동안 허리도 아프고 정신도 없어서 경기를 제대로 못 챙겨본 것 같았다 아니? 이럴수는 없다 내가 패왕 경기를 놓치다니? 김독자는 얼른 다시보기를 찾아 들어갔음 일요일에 있었던 패왕과 디펜스마스터의 경기는 당연하게도 패왕의 승리로 끝나 있었다... 디펜스마스터 이름이 아깝다; 김독자는 금방 경기 다시보기에 빠져들었다 와 패왕 컨트롤 진짜...; 언제봐도 신의 경지였음
김독자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프로게이머 '패왕' 덕질(?)을 한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되새겼다 10년 정도 됐나?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보기 시작했으니까... 패왕은 공개된 신상정보가 거의 없었지만 김독자는 그가 자신과 동년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패왕의 경기를 처음 보던 시절 아주 가끔이지만 유니폼 안에 교복을 입고 경기를 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 '패왕'은 데뷔하자마자 5년간 리그 정점을 찍더니 갑작스럽게 다른 게임으로 전향을 했고 전향한 게임 리그에서도 정점을 찍고 있는 그야말로 프로게이머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음... 오죽하면 이쪽 리그로 옮겨올 때 게임사에서 특별히 패왕 닉네임을 빼두고 있다가 넘겨줄 정도였다;
패왕의 실력은 언제나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게임리그를 보지 않는 일반인들이 아는 패왕의 이미지는 조금 달랐다 아, 그 얼굴 가리고 게임하는 사람? 그랬다 패왕은 늘 머리부터 눈과 코까지 가리는 가면을 쓰고 게임에 임했다 자신은 게임을 좋아하지만 프로게이머는 직업이므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고... 놀랍게도 패왕의 비밀은 10년째 잘 지켜지고 있는 중이었음
김독자라고 물론 패왕의 맨얼굴이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것이 그의 신념이라면 받아들일 용의가 충분했고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키배도 존나 많이 벌였다...;;
제목 : 패왕 사실 개못생긴거아님?
내용 : 안그러면 얼굴 왜 굳이 가림? 잘생겼으면 안가릴듯
그런 식이었지만 어쨌든... 김독자는 정말로 패왕의 얼굴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었으므로... 못생겨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짠하고 마스크를 깠는데 못생겼다? 그럼 그냥 못생긴거지 시발 니들이 패왕의 뭘 알어; 니들은 진짜 팬도 아니다 어디가서 팬이라고 하지마; 김독자는 자각은 없었지만 약간의 악개 기질이 있었다...
어쨌든 패왕의 지난 경기를 다 보고 시비터는 글도 없음을 확인한 김독자는 만족스러운 심정으로 씻고 잠자리에 누웠음 근데 누우니까 또 불현듯 생각나는 금요일 밤... 시발 그날 진짜 불금이었네 불금이었어... 김독자는 눈을 꾹 감고 잠을 청했다 잠시나마 유중혁에 대한 일은 잊을 수 있어서 좋았건만 휴... 패왕 생각이나 하자...
그리고 다음날 김독자는 출근을 했고... 퇴근을 했고... 집에 왔음... 아무 일도 없었다. 음? 당장이라도 연락이 올 기세였던 유중혁은 어쩐 일인지 지금껏 연락이 하나 없었음 뭐 나야 좋지만... 그 자식 입맛 까다로울 것 같단 말이지 뭘 사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런데 그 다음 날도 연락이 없었음. 뭐지??? 그 다음 날인 목요일까지 연락이 없자 김독자는 어째 약간 초조해졌음 이거 괜찮은 건가? 혹시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흘끔거리다가 부장님한테 독자씨 애인이라도 생겼나? 라는 소리를 들어버렸다 아 ㅎㅎ 아뇨~ ㅎㅎ 제가무슨~ (ㅗ^^ㅗ) 같은 대답을 한 김독자는 부장님이 떠나고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가 문득 조금 전 부장님이 한 개저발언이 너무 웃겨서 픽 웃어버렸음 애인? 애이인????? 파핰 제 팔자에 애인은 무슨... 그런 거 있으면 그 사람이 고생이죠 그리고 그 상대가 유중혁이라니 그건 더더욱 말도 안되는 일이었음 웃겨서 혼자 피식댔더니 유상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흘끗 쳐다보기에 김독자는 얼른 정색하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음 아 존나 퇴사하고 싶다... 근데 유중혁 밥사주려면 퇴사 못해...
김독자는 대충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짐을 챙겼음 김독자가 속한 팀은 자율출근제였고 오늘은 9시 땡해서 출근한 덕분에 딱 6시에 퇴근을 할 수 있었음; 아 신난다 저녁은 뭐먹지? 도시락 어제도 먹었는데; 아직 근무중인 유상아에게 인사를 하고 회사 회전문을 나섰음 왜 갑자기 월요일에 유중혁이랑 같이 먹었던 한식당의 음식이 생각나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 그거 맛있었지... 맛있는 거... 먹고 싶네... 시발 근데 내 형편에 무슨 대학 학자금 대출 갚기도 빠듯한데; 그런 생각을 궁시렁대며 나서는데 왠지 주변 분위기가 이상했음 술렁술렁 뭐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걸 그만두고 고개를 들었는데 앗 시발... 노란... 노란... 김독자는 화들짝 놀라서 걸음을 멈췄음 뭐야? 저거 유중혁 차 아냐? 아니지 같은 차일수도 있잖아 근데 이게 하필 왜 또 우리 회사 앞에...?????
반사적으로 슬쩍 피하려고 했더니 차문이 존나 화려하게 열리고 ... 차체만큼이나 잘빠진 남자가 내리는게 아니겠음... 말할것도 없이 유중혁이었음 김독자는 진짜 황당해져서 멍하니 유중혁을 쳐다봤다 이 새끼가 미쳤나? 왜 또 연락도 없이 회사엘 찾아와? 이번엔 존나 화를 내야겠다 생각하며 미간을 팍 좁히고 가까이 가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남자도 존나게 화가 난 표정인게 아니겠음...; 그다지 빠른 걸음도 아니었는데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걸음에서 주변 땅까지 다 얼려버릴 것 같은 싸늘한 기운이 막 피어올랐음 김독자는 순간 방금 전까지 자기가 검토하고 있던 게임 이펙트가 보이는 듯한 환각에 시달림;
하지만 얼른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유중혁 이자식아 이번엔 내가 화를 낼 상황이다 왜 니가 그런 표정을 하냐? 이윽고 두 발짝 거리로 가까워져서 김독자가 먼저 입을 열었음
"야 유중혁 너"
"김독자. 왜 연락을 안 받지?"
....?? 김독자는 유중혁이 제 말허리를 자른 것에 화를 내기도 전에 이놈이 지금 뭔소리를 하나 싶어서 말문이 막혔음 존나 황당하네 뭐? 연락을 안 받아?
"누가 연락을 안 받았다는 거야? 니가 아무 연락도 없었잖아?"
"..."
짧은 침묵이 오갔음 그리고 활활 타는 것 같던 유중혁의 눈빛에 이상한 기운이 돌았음 설마? 하는 것 같은 표정
"김독자. 혹시나 싶어 묻는데..."
"뭘?"
"설마 내 연락처를 차단해뒀나?"
"......"
침묵은... 존나 길었음... 김독자는 속으로 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아 그렇지 나 토요일에 이자식 집에서 도망쳐나오고 바로 ... 모든 연락처를 차단을... 그리고 월요일에 만나서도... 맞대면하고 대화만 했지 차단은 안 풀었던 것이다 아! 시발 그래서 연락이 없었구나 ! 어쩐지!
김독자가 잠시 대답이 없자 그걸로 답을 얻은 유중혁의 얼굴이 어마무시하게 험악해졌음 김독자는 지은 죄가 있어 움찔했지만 그래도 이 자식이 회사 앞에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몰고 두 번이나 찾아온 건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꿋꿋이 선 채로 눈을 가늘게 떴음
"일단 차단 깜빡하고 안 푼건 미안한데, 그거랑 별개로 너 이렇게 불쑥 찾아온 거 사과해라."
"네 녀석이 연락을 안받아서 쓴 최후의 수단이다만."
시발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꼭 이렇게 눈에 띄게 회사로 와야 하냐? 집으로 올 수도 있었잖아!"
그러자 유중혁의 얼굴이... 굉장히... 미묘해졌음... 김독자로선 쉬이 알아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집에 찾아가도 되는 건가?"
"...?????"
뭐 그런 걸 물어봐? 집 주소 아는데 집이 차라리 낫지 않아? 김독자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자니 하, 하며 이마를 짚은 유중혁이 됐다, 말을 말지, 그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중얼거리고선 고개를 까딱였다
"일단 타라."
"아니 시발 타긴 뭘 타?"
"그럼 뭐? 여기서 헤어져서 갈 길 가자고?"
"아니 그건..."
에이 시발 탄다 타 김독자는 인상을 쓰며 조수석에 올라탔음 하 시발 내 평화로운 회사생활 좆됐다... 곧이어 옆자리에 올라탄 유중혁이 운전대를 잡고 하, 하고 다시금 한숨을 내뱉더니 김독자를 돌아봤다
"저녁은?"
"...안 먹었지, 인마. 회사에서 방금 나온 거 못봤어?"
유중혁이 눈을 가늘게 떴지만 김독자는 모른 척했음 뭐 시바 어쩌라고... 빨리 출발이나 해 존나 눈에 띄니까; 몹시도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일단 유중혁은 차를 출발시켰음
"먹고 싶은 거 말해라."
? 김독자는 유중혁을 휙 돌아봤다 뭐냐 나 벌써 이녀석한테 밥 사줘야 되는 거냐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내 통장... 월급날이? 근데 이자식 왜 내가 먹고 싶은 걸 말하래?
"니가 먹고 싶은 걸 먹어야지."
그러자 유중혁의 시선이 흘끗 따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아니, 저번엔 내가 마음대로 정했으니까. 이번엔 네가 정해라."
뭐냐 이자식 내가 사니까 내가 먹고 싶은 걸로 먹게 해주겠다는 거냐 이상한 데서 친절한 새낄세... 그래서 김독자는... 고민에 빠졌음 가격대가 적당하면서 이녀석의 까다로운 (것이 틀림없을) 입맛에 맞추려면 어딜 가야 하나... 하지만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굶기 일쑤인 김독자가 잘 아는 음식점이 있을 리 만무했음 김독자가 대답이 없자 신호에 걸린 유중혁이 한심하다는 얼굴을 했다
"대체 뭘 그렇게 고민하지?"
이 새끼야 니가 내 고민의 뭘 알어...
"네 입맛에 맞추려면 어딜 가야 하는지 고민 좀 했다, 왜."
조금 쌀쌀맞게 대답했더니 유중혁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음
"그럼 메뉴를 말해. 음식점을 내가 정할 테니까."
시발... 친절은 고마운데 내 사정 안 봐주는 친절같은데... 짧게 고민한 김독자는 포기하고 얕은 한숨을 쉬었음 그래 어차피 나도 맛있는 거 너무 먹고 싶긴 했지... 문득 머릿속에 스쳐가는 어떤 메뉴가 있었음
"너 인도 요리 좋아해?"
인도? 짧게 되물은 유중혁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가본 적 있는 집이 있다. 거기로 가지."
김독자는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왜 인도 요리가 생각났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몇년 전에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서라고 해두면 될 것 같았다.
유중혁은 제법 오래 차를 몰았다 그 집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군, 대신 검색 좀 해봐라, 라며 음식점 이름을 알려주기에 김독자는 투덜거리면서도 초록창에 음식점을 검색했음
"아직 있네."
"그래."
그리고, 차단 풀어라. 이어지는 흉흉한 목소리에 김독자는 한숨을 쉬며 차단을 해제하고 유중혁에게 확인까지 시켜주었음 이건 정말 자신이 실수한 거라 할 말은 없었지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락말락 했다 그러고보니까 이녀석 내가 처음에 회사 알려줄 때 자율출근제인 것도 말해줬으니까 알 텐데... 내가 오늘 만약에 6시 칼퇴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야근이라도 했으면? 설마 그때까지 기다릴 셈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니 이자식 뭐야, 싶으면서도 또 조금... 미묘하게 고마운 것 같기도 했다 누가 나를 이렇게 기다려 준 적이 있었던가? 있었어도 벌써 한참 된 이야기였다...
김독자는 살짝 고개를 돌려 운전중인 유중혁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잘 뻗은 콧날 보기좋게 튀어나온 눈썹뼈와 한국인답지 않게 우묵하게 패인 눈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적이지만은 않은 오묘하게 잘생긴 얼굴 그야말로 정말 말로 뭐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게 잘생긴 녀석이었다 새삼스럽네... 이런 얼굴로 사는 건 무슨 느낌일까 싶다가도 어쩐지 기분이... 조금.
응? 김독자는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휘 저었음 방금 뭐였지 시발; 왜 그러지? 기민하게 눈치채고 묻는 유중혁의 말에 적당히 대꾸를 했고 이윽고 차는 그다지 크지 않은 음식점 앞에 도착했음 상당히 허름해보이는 외관에 김독자는 눈을 깜빡거렸다 어느정도였냐하면 그 앞에 세워진 유중혁의 람xxxx가 꼭 합성해 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김독자는 곧 생각을 거뒀다 이 녀석이 선택한 집이라면 분명 맛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촉촉한 난을 손으로 찢어 커리에 찍어먹으며 김독자는 속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음 존나 맛있었다; 딱히 자신이 식욕이 강하다거나 미식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혹시 지금까지 맛있는 걸 접해보지 못해서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유중혁은 진짜 인도어로 적힌 메뉴판을 보고도 척척 주문을 했고 (한두번 와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양고기가 주재료라는 이것도 맛있고... 이건 닭이랬지... 김독자는 한참이나 식사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유중혁도 딱히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아서 식사가 계속되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정신(?)이 돌아온 김독자가 흘긋 눈을 들어 유중혁을 쳐다봤다 아니 이 자식은 먹는 것도 무슨 화보냐...;; 너무 잘생겨서 잠시 또 넋을 놓을 뻔 했지만 얼른 정신을 차린 김독자는 빙긋 웃으며 말했음
"여기 진짜 맛있네. 이제 네가 고르는 음식점은 다 믿어도 되겠다."
짧게 시선을 마주친 유중혁이 가볍게 고개를 주억였다
"나는 맛없으면 차라리 굶는다는 주의여서."
...;; 이자식... 생각보다 더 미친놈(미식에 미친 놈)이었잖아... 어쨌든 유중혁과 하는 세 번째 식사는 그렇게 또... 행복하게 끝났음 아니? 행복하게? 그렇게 표현하긴 뭔가 억울했지만 음식이 맛있으니까 행복한 건 맞는 것 같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음;
식사를 마쳤으니 다시 카페같은 데로 자리를 옮겨야 하나?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유중혁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까딱였다
"여덟 시가 다 됐군. 이만 들어가지."
벌써 여덟 시야?; 좀 멀리 왔다 싶기는 했는데 근데 들어가자는 건 뭐지 오늘은 이대로 헤어지자는 건가? 벌써? 갑자기 급격히 아쉬워진 김독자는 눈을 조금 깜빡였다...
"왜? 뒤에 약속 있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유중혁이 멈추고선 김독자를 돌아봤다 잠깐 말문이 막힌 듯한 얼굴을 하더니 유중혁의 입이 열렸다
"아니."
그럼 왜 오늘은 후식(?)도 안 먹고 들어가냐? 어차피 밥 사는 김에 오늘은 커피까지 내가 살게. 그런 생각을 담아 김독자는 짧게 말했다
"그럼 좀 더 있다가 가."
"..."
유중혁이... 정말로... 엄청나게 미묘한 얼굴을 했지만 김독자로서는 또 알아볼 수가 없었음...;; 그리고 유중혁의 뒤를 따라 음식점 밖까지 나온 김독자는 깨달았다 이 자식... 도대체 언제 계산을 해 놓은 건데...???? 김독자는... 등골이 서늘했음... 도대체 나중에 나한테 얼마나 큰 걸 뜯어내려고 이러는 거지 나 혹시 어느날 봉고차에 실려가는 거 아니냐 진짜로... 눈 떠보니까 원양어선에 타 있고 그런 건 아니겠지; 다시 묵묵히 유중혁의 차에 오르니 유중혁이 물었다
"어디로? 저번에 갔던 그 카페?"
"어..."
그러자고 하려다가 김독자는 그 카페 직원이 자기를 알아봤던 걸 떠올리곤 고개를 저었다 시바 진짜 왜 알아보고 그래서;
"거기 말고 그 근처에 하나 더 있거든. 거기로 가자."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는데... 어이없게도 카페는 클로즈드 팻말이 걸려 있었음 아니 무슨 카페가 벌써 문을 닫아? 자세히 보니 휴가란다 아 시발 그래 휴가철이긴 하지 요즘이;
그래서 김독자는... 얼른 집을 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싶지만 그랬다; 김독자는 유중혁을 일단 현관 밖에 세워놓고선 집안을 둘러봤음 생각보단 멀끔하네 어제 맥주 안 마셔서 맥주캔도 없고; 그래도 대충 신경쓰이는 부분들을 정리하고선 다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와, 말하니 약간 빡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유중혁이 현관 안으로 걸음을 옮겨놓았다
그러니까 이게 뭔 상황이냐면... 지난번 그 카페는 가기 싫은 기색을 내비치는 김독자를 보고... 유중혁이 불쑥 말했던 것이다
"그럼 너희 집으로 가지."
라고... 거기서 그게 뭔 개소리야? 라고 답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왜 고개를 끄덕인 거지? 김독자 진짜 미쳤나? 시발 모르겠다... 근데 유중혁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납득됐음 아 젠장 내가 또 저 얼굴에 속아서; 물론 유중혁은 속이려고 한 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김독자는 하아 한숨을 쉬며 겉옷을 벗어 식탁 의자에 걸치며 주방으로 향했다
"뭐 마실래?"
딱히 내놓을 선택지는 없었지만 일단 예의상 물었음 정말 다행히도 유중혁은 어깨만 으쓱하곤 물이나 달라고 답했다 그래서 김독자는 얼음물 두 잔을 들고 유중혁이 서 있는 거실(이라기도 뭐한 공간)로 향했음 김독자의 오피스텔은 침실만 따로 분리된 형태였고 그다지 넓지 않았음 어차피 혼자 사는 덴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키도 큰 놈이 들어와있으니 좀 좁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물컵을 건네주며 김독자는 고개를 까딱였다
"대충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시선으로 김독자의 집을 훑던 유중혁이 컵을 받아들고선 거실 가운데 놓인 테이블 근처에 앉았다 김독자도 맞은편에 앉아서 물을 조금 들이켰음 유중혁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집을 둘러봤음 김독자는 어쩐지 민망해져서... 야, 뭘 그렇게 보냐, 하고 말했고 유중혁은 시선을 김독자에게로 돌려놓았다
"생각보단 멀쩡하게 하고 사는군."
아니 이 자식이 뭔 말을...;
"무슨 소리야 그게."
노골적으로 김독자를 위아래로 훑은 유중혁이 말했다
"말랐길래. 제대로 안 먹고 사는 줄 알았다."
"..."
내가 그렇게 말라보이나? 생각했던 김독자는 이윽고 유중혁의 말이... 그보다 더... 찐한(;)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날... 그날... 봤을 거 아냐...? 아 시발; 김독자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음 그날 진짜 시발; 암만 생각해도 내 인생은 지난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좆되고 있는 것 같다 올라가본 적도 없는데 여기서 더 내려갈 구석이 있었단 말인가? 한숨을 푹 쉰 김독자는 결국 자포자기해서 빈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음
"그래서 뭐. 생각보다 멀쩡해서 불만이냐."
불만은 아니고. 짧게 답한 유중혁이 팔짱을 끼고 김독자를 빤히 쳐다봤다 뭐. 왜. 그렇게 봐서 어쩔 건데? 그런 시선을 보내자 유중혁이 여상히 물어왔다
"평소에는 퇴근하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나 싶었지만 김독자는 그냥 적당히 대꾸했다
"그냥 TV볼 때도 있고. 책(웹소설이지만) 읽을 때도 있고.아니면 영상 이것저것 찾아보거나..."
무슨 TV프로를 즐겨보냐 묻기에 김독자는 예능 프로라고 답했고 무슨 책을 읽냐 묻기에 웹소설이라는 말은 쏙 빼고 장르문학이라고 답해주었다 유중혁은 흠, 하더니 영상은 뭘 주로 보지? 라고까지 물어왔고 김독자는... 마찬가지로 대답했음
"게임 리그 영상."
시종일관 큰 변화가 없던 유중혁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 어라? 이 녀석이 왜 이런 데 관심을? 혹시 게임 좋아하나?
"게임 리그 영상? 게임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었나?"
"어, 맞는데. 왜?"
"아니. 일할 때도 지겹게 볼 텐데 리그 영상을 또 보는 이유가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일할 때 보는 거랑은 다르지. 그리고,"
아. 김독자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유중혁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김독자는 다시 입을 열 생각이 없었음 사실 패왕의 팬이라서 게임 회사 입사까지 희망하게 되었다고는 말하기 민망했으므로... 유중혁이 눈썹을 들썩였다
"무슨 게임 리그 보는데?"
이 정도는 말해줘도 되겠지? 김독자는 답했음
"■■. 너도 알아?"
게임 이름을 들은 유중혁의 표정이 조금 더 변했다
"알지. 아주 잘."
"그래? 의외네. 왠지 잘 모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내가? 왜?"
"아니 그냥 이미지가 그렇다고."
근데 잘 안다고 말할 정도면 유중혁도 경기 챙겨보는 건가? 그리고 유중혁의 입에서 나온 말에 김독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음
"그럼 패왕도 알겠군?"
허...??? 김독자는 조금 어안이 벙벙한 심정이 되어 유중혁을 바라봤다 이 녀석 입에서도 패왕이란 이름이 나오다니 크으... 패왕이 진짜 유명하긴 하구나... 하는 팬심이 솟는 걸... 참기가 어려웠음; 하지만 일단 김독자는 평생을 일코(;)를 하며 잘 살아온 몸이었으므로 평온한 얼굴로 답했음
"당연히 알지, 나 패왕 팬인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쌔고 쌨으므로 라이트한 팬으로 보일 것임을 김독자는 알았다 하지만 유중혁은 왜인지 굉장히 흥미롭다는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렸음
"그래? 패왕을 왜 좋아하지?"
엥? 김독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음 아니 당대 최고의 프로게이머 팬이라고 했더니 왜 팬이냐고 물으시면 저는...? 그래서 김독자는... 정신을 차려보니... 패왕에 대한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말았던 것이었다; 실력에 대한 칭찬(피지컬이 좋고 컨트롤이 좋고 완벽한 에임이며 천재적인 전세 파악 능력이 어쩌구)은 물론이요 10년간 꾸준히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신념(얼굴 보여달라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아직까지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하지 않냐 어쩌구)이 대단하다는 말까지 줄줄이 말한 뒤에야 김독자는 앗 시발 좆됐다 라고 생각했음... 아냐 그래도 이정도까진 아직 라이트팬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합 다물었더니 유중혁이 이제껏 본 표정중에 제일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음 이 자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참 아리송하지만 이건 진짜 모르겠다; 김독자는 조금 민망한 마음에 목을 가다듬고는 말을 마쳤다
"어쨌든 그... 패왕 대단하잖아, 게이머들의 우상 같은 거 아니냐."
잠시 말이 없던 유중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음
"글쎄, 나는 좀 이견이 있어서."
그리고 유중혁의 입에서 나오는 패왕에 관한 이야기들은... 김독자가 모를 리가 없는 패왕의 단점들이었음; 플레이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탓에 수비에는 약하다는 점이나 팀플레이를 할 때는 늘 혼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기 때문에 상대팀이 여럿 달라붙어 패왕만 마킹하는 일이 잦아서 정작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때가 많다거나...
그리고... 패왕의 아주 오랜 팬으로서... 김독자는 그에 반박할 말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을 숨길 생각도 없었음; 키배를 뜨던 실력이 이런 데서 나올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김독자는 조목조목 그의 말에 반박했음... 열나게 말하다 보니 어느새 몸이 테이블을 넘어 유중혁 쪽으로 반쯤 기울어져 있었고 유중혁은 대단히 재밌다는 얼굴로 김독자를 쳐다보고 있었음 뒤늦게 김독자는 아, 너무 가깝다, 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게 싫어서 아주 환한 것으로 달아두었던 천장 조명이 원망스러워 본 것은 처음이었다 유중혁의 잘생긴 얼굴이 너무 선명히 보였으므로
눈을 깜빡거리며 머뭇거렸지만 유중혁은 피하지도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김독자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시선이 왜... 뜨겁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슬그머니 눈을 피하며 몸을 물리는데 유중혁의 손이 뻗어와 김독자의 팔을 턱 붙잡았음 아프지는 않았지만 절대 빠져나갈 수는 없을 정도로
"김독자."
"...어. 응?"
그 와중에 낮게 불러오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하면 미친 걸까, 싶었지만 유중혁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얼굴을 가까이 해오며 말했다
"패왕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군."
아니... 시발 그게 맞기는 한데, 근데... 이 녀석이 그렇게 물어보니까... 기분이, 조금.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음 믿을 수 없게도 웃음 비슷한 것을 지은 유중혁이 계속해서 말했다
"패왕도 좋지만, 지금은 유중혁 얘기를 좀 더 해줬으면 하는데."
아니... 아니 시발 이게 무슨 개소리야 누가 지금 패왕 얘기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놨는데, 유중혁 미친놈아...! 말하는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버린 소리 같아서 대꾸할 말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음 물론 김독자가 말문이 막힌 이유는 그것 뿐만은 아니었지만... 쿵, 쿵,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음 아니, 김독자, 시발 너 진짜 돌았냐? 이 상황에서 두근거린다고? 미친 게 틀림없었다 귓가가 뜨거웠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 가만히...
하지만 진정하려 애쓴 것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유중혁의 얼굴이 가까워져왔고 김독자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선 제 입술 위에 내리눌러지는 감촉에 살짝 몸을 떨었다 아, 미쳤나. 시발, 김독자 미친 새끼. 왜... 기분이 좋은 거냐고... 오늘은 술도 안 마셨는데. 완전 제정신인데, 왜?
아랫입술을 핥아오는 간지러운 느낌에 김독자는 흠칫하며 아, 하고 살짝 입을 벌렸고 유중혁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부드럽게 입안으로 혀가 밀려들어오며 이어지는 키스에 김독자는 일주일 전 그날의 제 심정이 꼭 이랬다는 걸 깨달았다 아... 그래, 그날도... 시발 될대로 되라지, 지금 기분 좋으면 됐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김독자는 눈을 질끈 감으며 팔을 뻗어 유중혁의 목덜미를 끌어안았음 뜨끈한 체온이 훅 끼쳐왔다 그리고...